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둘러싸고 공개적인 압박에 나서면서 노르웨이 정부와 노벨위원회가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 노벨상 수상이 좌절될 경우, 미국의 외교·경제적 대응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노르웨이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전날 저녁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리트윗하라"고 팔로워들에게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각, 백악관의 공식 X 계정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그를 "평화 대통령"이라고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중동 지역 분쟁 완화 시도를 이유로 스스로 노벨평화상 후보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직접 연락하는 등, 노골적인 수상 압박을 지속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논의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시도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노르웨이 사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상이 무산될 경우 미국의 반응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은 이미 마무리된 상태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현지 언론 VG와 인터뷰에서 "올해 수상자는 지난 6일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NRK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중동 관련 평화 노력은 내년 수상 후보 선정 시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해온 업적이 올해 선정 과정에는 반영되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접수 마감일은 1월 31일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시점 이후 백악관에 복귀했으며, 이후 7개 분쟁지역에서의 중재 노력과 평화 유도 성과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 업적들은 시기상 올해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상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측은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수개월 만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례를 거론하며, 시기와 관계없이 수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에 대해 거리를 두는 입장을 반복해 밝혔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정부는 노벨상 선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여부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은 계속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현재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며, 자국 수출품에 대한 15%의 관세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세실리에 뮈르세트 통상장관은 이번 주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약 2조 달러(약 2,700조 원) 규모의 이 펀드 중 40%가 미국에 투자돼 있다는 점을 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자산을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10일 오후(현지시간) 공식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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